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 결성 비화 [KPOP STORY]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서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는 그룹 중 하나인 서태지와 아이들. 그들의 결성 비화는 시대가 흐르면서 조금씩 내용이 바뀌어왔다. 워낙에 신비주의를 고수하기도 했고, 베일에 가려진 내용이 많은 서태지와 아이들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내용들이 …

서태지와 아이들_STORY_결성이야기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서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는 그룹 중 하나인 서태지와 아이들. 그들의 결성 비화는 시대가 흐르면서 조금씩 내용이 바뀌어왔다. 워낙에 신비주의를 고수하기도 했고, 베일에 가려진 내용이 많은 서태지와 아이들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내용들이 잊혀지기도 하고 새로운 사실들이 주목 받으면서 이야기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여러 기록물들을 통해 그 이야기들이 어떻게 변화했고 어느 이야기가 사실에 가장 가까운지 비교해보면서 이 글을 작성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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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서태지와 아이들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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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큰 틀에서 보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결성 이야기

서태지와 아이들의 결성 비화 관련해서 가장 오래된 자료는 서태지가 데뷔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스포츠 서울에 몇주간 투고했던 내용이다. 신문에 따르면 서태지는 음반 제작을 위해 지인에게 찾아갔다가 그 지인이 유대영에게 서태지의 데모 테잎을 넘기면서 유대영과 만나게 되었다. 당시 한국 댄스 음악 리믹스계의 대부였던 유대영이 서태지 혼자 하기보다는 댄서와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아 원래 알고 지내던 최고의 댄서인 이주노를 소개해줬다고 한다. 그 후, 이주노가 제3의 멤버로 양현석을 추천했고 그렇게 3인조가 완성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와 같은 내용은 2020년 유대영이 한 유튜브 채널에서 했던 결성 비화와 어느정도 이야기가 통한다. 다만, 유대영의 경우 이주노는 본인이 소개해준 것이 맞으나, 양현석 영입 경우에는 서태지가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여기서 여러가지 모순이 발생한다. 우선 댄서 출신인 양현석을 이주노가 아닌 서태지가 섭외했다는 흐름도 이상하고, 이주노보다 늦게 섭외가 된 양현석의 목소리가 1집 앨범에 들어가있는 반면, 이주노의 목소리는 전혀 녹음되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하다. 모종의 이유로 인해 결성 초반 서태지와 유대영이 합의를 보고 해당 내용으로 스토리를 짜 놓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다만 유대영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유대영과 서태지의 만남이 상당히 이르다는 것이다. 양현석과 이주노의 영입과 관련해서 직접접으로 관여하지 않았을 지언정, 그 모든 과정의 뒤에 있었을 수는 있다는 것이다.

위의 신문 이야기 이후 가장 오래된 자료 중 하나는 바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매니저였던 최진열의 회고록 태지 양군 주노와 함께 한 1036일(1999)이다. 최진열은 1991년 여름, 현진영이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되면서 SM 기획에서 하던 업무가 전부 중단 된 상태였는데, DJ 출신 선배인 유대영에게 연락을 받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매너지 역할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그 때가 1992년 3월이라고 하는데, 당시 이미 서태지, 양현석 그리고 제 3의 멤버가 몇명인가 거쳐간 뒤에 직전에 이주노가 섭외 되었다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이 내용이 사실에 가까울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와 비슷한 내용을 2010년대 이주노가 인터뷰에서 말한 적이 있고, 양현석이 힐링캠프에 나와서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좀 더 디테일한 정황을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02. 서태지와 아이들 결성 이야기의 흐름

  • 1991년초, 시나위가 해체되고 김종서와 서태지는 짧은 휴식기를 갖는다.
  • 김종서는 이미 강승호의 캔 기획과 계약을 맺었고, 서태지는 무얼 해야할지 결심이 서지 않던 시기이다.
  • 서태지는 다른 밴드를 알아보기도 하지만, 해답을 찾지 못한다.
  • 우선 김종서, 황인영, 박미경과 함께 밴드 무궁화에 합류해서 마이하우스와 캐피탈 호텔 등지의 밤무대에서의 공연을 시작한다.
  • 그렇게 밤무대를 하던 어느 날, 캐피탈 호텔의 클럽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다.
  • 무궁화의 앞 순서에 박남정과 친구들의 공연이 있었고 서태지는 그들의 댄스에 매료 되어버린다.
  • 그리곤 황인영에게 양현석의 연락처를 물어보고 양현석에게 연락을 한다.
  • 서태지는 양현석에게 춤을 배우는 방법을 물었고, 양현석은 문 나이트에 가서 남들 하는 것을 보면서 배우면 된다고 한다.
  • 서태지는 문나이트에 몇 주간 매일매일 가고, 양현석의 공연을 훔쳐보는 등 여러모로 최선을 다해 춤을 조금씩 배워간다.
  • 하지만 독학은 쉽지 않았고, 서태지는 재차 양현석에서 연락을 해 1 대 1로 춤을 배우고 싶다고 설득한다.
  • 양현석은 별로 가르쳐 줄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비싼 강의료(월 150만원)에 3개월치 강의료 선입금을 요구했다.
  • 서태지는 흔쾌히 돈을 지불하고, 양현석은 서태지에게 춤을 가르쳐주게 된다.
  • 양현석은 서태지의 가능성을 보기 위해 서태지에게 그간 익힌 춤을 춰보라고 한다.
  • 서태지는 양현석이 공연에서 하던 춤을 그대로 따라했다(좌우가 바뀐 상태로).
  • 하지만 그로부터 2주 후, 양현석에게 영장이 날라와서 1991년 3월, 양현석은 입대를 한다.
  • 양현석에게 사기를 맞은 서태지는 이때 즈음 해서 랩댄스 음악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 그렇게 오랜 시간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음악 작업에 매진하게 된다.
  • 그리고 약 반년 뒤에 1집 앨범의 모든 곡이 수록된 데모 테잎을 완성한다.
  • 그 후, 서태지는 데모 테잎을 여러 기획사에 돌려보다가 김종서가 계약한 캔 기획의 강승호를 만난다.
  • 강승호는 서태지의 음악을 마음에 들어했고, 결국 그들은 3년간의 계약에 계약금 2천만원으로 구두 계약을 한다.
  • 선배를 통해 서태지의 데모 앨범을 듣고 마음에 들어한 유대영이 서태지에게 만나자고 연락을 하게 된다.
  • 유대영의 평판과 유대영이 가지고 있던 음향 장비를 보고 유대영이 소속된 반도 음반/영 기획과 계약하기로 마음을 바꾼다.
  • 유대영이 이 앨범의 경우 춤을 추는 것은 물론 댄서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낸다.
  • 서태지는 멤버를 찾기 시작한다.
  • 그리고 8개월이 흐른 1991년 11월, 양현석이 의가사 제대를 하게 된다.
  • 제대를 한 양현석은 방을 청소하다가 서태지의 이름이 적힌 메모장을 보고 서태지에게 연락을 한다.
  • 양현석과 만난 서태지는 노래를 만들어서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양현석에게 난 알아요의 데모를 들려준다.
  • 양현석은 노래에 반해버리지만 선뜻 끼워달라는 말은 못하고, 이 노래에는 댄서가 있는 것이 좋을 거 같다는 조언을 한다.
  • 그리고 팀을 구성하는데 도움을 주겠다고 말을 한다.
  • 하지만 2주 뒤, 서태지는 양현석에게 같이 하자고 요청을 하고 양현석은 그것을 받아들인다.
    • 당시 난 알아요의 중간 부분인 난 정말 그대 부분의 멜로디 파트가 없었는데 양현석의 조언으로 추가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추가로 양현석의 랩 파트에 “Yo yo yo”부분은 양현석이 더블덱 카세트로 장난치다가 만들었는데 서태지가 맘에 들어해서 들어갔다고 한다.
  • 서태지와 양현석을 세 번째 멤버를 구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 중간에 허은이라는 이태원 등지에서 유명한 댄서가 멤버였던 시절도 있었지만 최종 멤버를 고르진 못한다.
  • 결국, 데뷔 한 달전에야 양현석의 댄스팀 선배인 이주노를 섭외하게 되는데, 이주노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 이전부터 이주노는 항상 양현석에게 가수를 하게 된다면 같이 하자고 먼저 손을 내밀었었다고 한다.
  • 양현석이 앨범 준비를 위해 댄서를 구한다는 소문을 진작에 들었던 이주노는 내심 연락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 하지만 양현석은 같은 댄스 담당이면서 본인보다 두 살 많은 이주노의 존재는 같이 활동하기에는 조금 껄끄럽게 느꼈었다고 한다.
  • 결국, 데뷔 직전에서야 이주노를 섭외해서 서태지와 아이들이 완성 된다.
  • 너무 급박하게 섭외한 나머지, 1집에 이주노의 목소리는 녹음할 수 없었다.
  • 모든 것이 준비된 뒤, 유대영은 DJ 후배였던 최진열(당시 SM 엔터테인먼트 소속)을 섭외하여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03. 글을 마무리하며

이러한 내용이 개인적으로는 여러 인터뷰들과 자료들을 종합했을 때 도출해낼 수 있는 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데뷔 초반 서태지가 이야기 했던 결성 비화에 오류가 많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서태지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서 거짓말을 해야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팬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것은 학생들이었고, 그런 학생들에게 사실대로 이야기를 전달하기에는 이야기가 너무 자극적이었기 때문에 조금 이야기를 각색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이러한 각색은 서태지가 신문에 투고한 내용에서도 보인다. 그는 고등학교 자퇴사실을 숨기는 것으로 시작해서, 업소에서 일을 했다는 사실이라던가 여러가지 학생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조심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양현석과의 만남이라던가, 데뷔 직전에 이주노를 섭외한 이야기들을 잘 각색해서, 맏형인 이주노는 댄스를 위해서 섭외했고, 그 이후 댄스계 후배인 양현석을 섭외해서 함께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탄생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래는 아주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적으로 예상해보는 당시의 시간 흐름표이다.

04. 타임라인

  • 1991년 01월 00일 – 서태지, 시나위를 탈퇴하다.
  • 1991년 02월 00일 – 서태지 양현석을 만나서 조언을 듣고 춤을 연습한다.
  • 1991년 03월 00일 – 독학에 한계를 느낀 서태지는 거액을 주고 양현석에게 춤을 배우기로 한다.
  • 1991년 03월 00일 – 서태지에게 돈을 받은지 2주 후, 영장을 받은 양현석 입대
  • 1991년 04월 00일 – 서태지 1집 제작 시작
  • 1991년 00월 00일 – 서태지 강승호와 구두 계약
  • 1991년 00월 00일 – 서태지 유대영을 만나 계약
  • 1991년 00월 00일 – 유대영의 권유로 함께 춤을 출 사람을 구하기 시작
  • 1991년 11월 00일  – 양현석 제대
  • 1991년 12월 00일 – 양현석, 서태지와 아이들 합류
  • 1992년 02월 00일 – 이주노, 서태지와 아이들 합류
  • 1992년 03월 00일 – 매니저 최진열과 첫 만남
  • 1992년 03월 14일 – MBC 토토즐 출연(TV 데뷔)
  • 1992년 03월 23일 – 서태지와 아이들 1집 앨범 <Seo Taiji and Boys> 발매
  • 1992년 04월 04일 – MBC TV 특종 연예에서 7.8점을 받음
  • 1992년 04월 05일 이후 – 서태지와 아이들 전설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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